비트코인 가격상승과 그리스 금융위기

지난 몇 달 동안 비교적 잠잠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급등하여 6월 17일 기준 257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관측의 초점이 된 부분은 가격변화 속도였으며 6월 16일 오후 1시에서 3시(UTC) 사이에 대부분의 거래가 집중되었다. 비록 이런 식의 급격한 변화는 비트코인 시장에서 흔한 일이긴 하지만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시장변화를 보다 거시적인 흐름과 연관시키고자 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가설을 보면 가격상승의 시점이 그리스가 채무이행을 포기하고 파산신청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의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겹쳤다. 비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수상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정상들은 적극 부인하고 있으나 그리스의 파산은 곧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사실 비트코인 시장에서 이러한 가정이 새로운 건 아닌데 이는 전자통화가 법정통화의 급변에 헤지(hedge)로서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산단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3년 사이프러스(키프러스, Cyprus) 경제위기 역시 당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 증대와 연관시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비트코인-금 거래소(exchange) Vaultoro의 CEO Joshua Scigala가 인정하듯 이러한 관측은 물론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비트코인 시장이 본래 심리적인 요인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한다. Scigala가 CoinDesk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트코인은 말하자면 가격상승의 시발점(rallying point)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이프러스 경제위기 때에도 사이프러스에서 실제 비트코인 매입이 증가했다기보다는 대체로 '사이프러스가 경제적으로 곤란한 현재 비트코인 혹은 개인자산 일반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에서도 이러한 연관성에 주목했으며 로이터(Reuter)의 초기 보도를 필두로 하여 관련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영국 전자통화협회(UK Digital Currency Association) 이사 Paul Gordon이 지적하듯 이러한 가정은 비록 편리하기는 하지만 가격상승과 그리스의 현 상황이 겹치는 부분이 우연에 불과한지 아니면 그리스에서의 변화가 실제 가격상승에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 Gordon은 CoinDesk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징후가 보이고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가격상승에서 보다 중요한 논점은 바로 이 흐름이 2013년의 비트코인 강세 이후 계속된 침체를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는지라 할 수 있다. 이에 관련된 여러 인터뷰를 보면 대체로 이러한 가격상승에 대해 비트코인이라는 잠자는 거인이 깨어나는 징후인지 아니면 아직도 계속되는 깊은 수면 중에 어쩌다 낸 코골이에 불과한지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스와의 연관성 희박

그리스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채택해 나가고 있다는 가정을 뒷받침할 만한 실제 척도에 대해서는 Scigala를 비롯한 소수의 업계 오너들만이 그러한 증거를 포착했다고 여겨진다. Scigala에 따르면 최근 Vaultoro에 대한 그리스 IP로부터의 유입량이 214% 증가했으며 이는 유럽의 64%와 아시아의 83%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였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의 124% 증가가 돋보이는 이유는 그리스가 비교적 작은 국가이며 아무런 마케팅도 실시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같은 시점에 독일로부터 66%, 스페인으로부터 62%의 유입량 증가가 관측되었다고 한다. Scigala는 Vaultoro의 경우 결국 법정통화와 금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리스 사용자의 증가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LocalBitcoins와 Kraken과 같은 유럽 거래소업체 등 여타 전자통화업체 오너들을 보면 그리스로부터의 IP 트래픽에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LocalBitcoins의 커뮤니티 매니저 Max Edin은 CoinDesk와의 인터뷰를 통해 "통상적인 유입증가 외에 그리스에서 등록된 사용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부분은 없었으며" "유럽에서의 전체 거래량은 최근 다소 늘긴 했으나 통상적인 증가추세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사 거래소에서의 그리스 지역 거래량이 가격변화를 유발할 정도였다는 발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에서의 거래량은 당사 전체 거래량에 비해 아주 적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 시장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Kraken의 CEO Jesse Powell 역시 이와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으며 자사 거래소에서 그리스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수치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리스 고객의 활동에 따른 계좌유입량이나 거개량의 증가도 없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에서의 전체 비트코인 거래 중 실질적인 거래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투기는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내기 어렵다."

 

2013년 사이프러스 상황과의 차이

하지만 이러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Crypto Currency Fund 매니저 Timothy Enneking과 같은 몇몇 거래자들은 그리스가 시장에 중대한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Enneking에 따르면 "그리스가 가격변화 원인의 100%는 아니더라도 95%쯤은 된다고 할 수 있다." Enneking에 따르면 사실 과거 사이프러스 위기로 인한 비트코인 가격상승 효과가 결국 모두 원상으로 복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가격이 오히려 하락세(bearish)로 돌아설 수 있다고 한다. Enneking은 비트코인이 법정통화와 관련된 국지적인 문제에 대한 단기적 해결방안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를 이유로 비트코인을 매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비트코인 매각으로 이어진다. 그리스가 비트코인으로 급격히 전환한다고 볼 이유는 없으며 자본통제도 일시적일 뿐이다."

 

그리고 Powell에 따르면 하지만 그리스와 비트코인 가격 사이의 근거 없는 관련성에 대한 관심유발은 다른 요인이 없는 이상 가격상승을 오히려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가격상승이 순전히 투기적인 속성만을 가지고 그리스에서 실제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되는 부분이 없다고 밝혀진다면 가격상승이 지속될 여지는 없다."

 

반면 Whale Club 커뮤니티의 리더 BTCVIX에 따르면 이번 가격상승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그동안 비트코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누적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BTCVIX가 CoinDesk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사실 그리스와의 연관성이란 가격상승 흐름을 수식하기 위한 하나의 소식거리에 불과하며 그리스에서 실제로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할 이유는 없지만 어찌됐든 일단 가격이 상승한다면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 역시 활발해진다는 점은 사실이다."

 

 

장기전망

 

하지만 최근의 가격변화는 거래당사자들에게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가격이 떨어지든 그렇지 않든 일단은 시장이 성장할 만한 밑바탕이 발견되었다는 심리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를 피력한 Enneking은 비트코인의 꾸준한 안정성이 최근 가격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랜 기간 안정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제 가격이 오를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그리스의 상황이 미세한 심리적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BTC.sx 공동설립자 George Samman 또한 이러한 견해에 공감했으며 몇몇 거래자들의 경우 최근 거래유동성의 급격한 저하로부터 엿볼 수 있는 "판매 피로감(selling fatigue)"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Enneking은 주요 거래소에서의 비교적 낮은 거래량으로 인해 10000 BTC에 불과한 적은 액수의 매입만으로 가격상승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렇게 몇 안 되는 고액 거래만으로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면 가격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BTCVIX는 현재 가격수준이 얼마나 유지되는지에 따라 향후 춘계 또는 추계 가격상승의 징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Samman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장은 심리적 요인과 기술상황에 크게 좌우되는데 그리스 문제와 가격의 급반등으로 일단 시장의 이목은 집중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관건은 이러한 급반등이 시장동향에 역행하는 흐름인지 아니면 새로운 동향의 시발점인지이고" "이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Pete Rizzo, Is Greece Really Behind Bitcoin's Latest Price Surge?, 6. 18. 2015.

http://www.coindesk.com/theories-greek-default-bitcoin-price-break-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