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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집

비트코인 vs 금 - 거래비용과 중앙화

 

 

비트코인과 금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금은 자연적으로 귀하며 비트코인 역시 프로토콜(기반체계) 자체에 희소성이 코딩되어 있기 때문에 둘 다 희소성이 있다. 또한 금은 작은 금화나 조각으로 쪼개질 수 있으며 비트코인 역시 8자리 단위까지 쪼개질 수 있기 때문에 둘 다 가분적이다. 아울러 금은 동일한 무게의 모든 물량이 등가교환될 수 있으며 비트코인 또한 각 코인이 등가교환될 수 있기 때문에 둘 다 보편성(fungibility)을 가지고 있다.

 

한편 금과 비트코인은 여러 면에서 다르기도 하다. 금은 물리적인 반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사물이다. 금은 가치 및 지급의 보장을 은행에 의존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컴퓨터에 보관되며 분산된 공공장부를 통해 거래가 추적 관리된다. 금은 절도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비트코인은 해킹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열거하자면 많지만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비트코인을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금과 비트코인을 비교하며 과연 비트코인이 금보다 나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이에 관련된 논쟁이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금과 비트코인의 장단점은 양자 간 우열의 판정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우선 금과 비트코인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살펴본 다음 독자에게 결론을 맡기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거래비용과 중앙통제 측면에서 비트코인과 금이 가진 장단점을 분석한다.

 


거래비용

 

금은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이 소모된다. 금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도로, 차량, 인력 그리고 금을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운송수단에도 상당한 자원이 소요된다. 도로, 차량, 보관시설 역시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이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은 부족한 편이다. 개인이 집에 소량의 금을 보관하려 해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 경우 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금고 등 보관수단이 필요하며 그러한 보관수단을 둘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또한 금을 구입하기 위해 판매자를 방문하거나 배송비용을 지불하는 등 운송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만약 금을 화폐처럼 쓰고 싶다면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데 이 또한 개인 공간이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문제로 인해 현금으로는 금 대신 금본위 지폐가 쓰이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화폐의 필수요소인 신용은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거래비용을 논한다면 비트코인의 완벽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공간수요는 메모리라는 형태로만 나타난다. 비트코인 보관을 위해 필요한 최소의 물리적 공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사용자가 비트코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비트코인은 컴퓨터처럼 비교적 크지 않은 장치에 보관될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 지갑의 경우 휴대전화, 플래시드라이브, 사용자의 기억 등 외부침입을 막을 수 있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모바일 지갑이 있다면 일상적인 결제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종이화폐를 써야 할 필요성도 사라지게 된다.

 


중앙화

 

중앙화(centralization; 혹은 중앙집중)은 금과 비트코인 모두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금 통화의 경우 채굴과 금융업무 부분에서 중앙집중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비트코인에 대한 중앙집중은 채굴과 노드를 통해 발생한다. 비트코인과 금의 중앙집중이 심화될수록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신용이 중요해진다. 신용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할 예정이다.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한 금 채굴은 자연히 중앙집중화된다. 금 채굴 비용이 올라갈수록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채굴주체의 규모 또한 커저야만 한다. 이러한 성장은 그러한 채굴화사가 상당규모 혹은 독과점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갖춰야만 채굴에 이상적인 규모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 채굴이 중앙집중화됨에 따른 효과는 분명하다. 금 채굴의 중앙집중이 심화될수록 금 공급물량에 대한 통제력 또한 강화되기 때문이다.

 

금융 부분에서도 금의 중앙집중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들이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거나 정부가 법적 수단을 통해 금융시스템을 중앙집중화함으로써 이러한 집중현상이 나타난다. 독과점 은행시스템은 소규모 집단이나 회사에 권한을 부여하여 경제체제의 전체 금 물량을 통제한다. 그리고 금 대신 지폐가 사용된다면 중앙은행이 경제체제의 전체 통화물량을 통제할 수 있다. 중앙집중화된 금융은 독과점 금 채굴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는데 이는 은행이 부분지급준비(fractional reserve)라는 수단을 통해 금 재고량을 넘는 액수의 지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부분지급준비가 경제순환주기(business cycle)의 근본에 있으며 전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주범이라고도 주장한다.

 

비트코인 채굴의 중앙집중화는 금 채굴의 경우와 비슷하게 발생한다. 비트코인 역시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채굴자들이 소규모 채굴자들에 비해 효율적이며 채굴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채굴업체의 규모 역시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금 채굴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이상적인 규모는 채굴시장 전체의 상당부분을 점유하는 수준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네트워크 해시처리성능(hashing power)의 상당부분을 의미한다. 그런데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채굴업체는 대규모 금 채굴업자보다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전체 네트워크에서 아주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채굴자가 네트워크의 전체 해시처리성승의 51%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면 이른바 이중지출(double spend)이 가능해지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악용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해치고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트코인 노드 역시 중앙집중화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네트워크에 대한 공격 위험성이 높아진다. 노드는 블록체인을 저장하고 전체 네트워크에 거래현황을 전파한다는 면에서 네트워크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부분이다. 노드 없이는 비트코인도 존재할 수 없다. 노드 중앙집중화에는 메모리소요 증대와 노드운영에 대한 경제적 유인 부족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널리 쓰이게 될수록 블록은 더욱 커지게 되며 결국 블록체인이 소모하는 메모리도 늘어나게 된다. 노드에는 블록체인 전체가 보관되기 때문에 노드를 운영하는 컴퓨터는 충분한 메모리를 확보해야 하며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메모리를 늘려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노드가 확보할 수 있는 수입이 없기 때문에 메모리 업그레이드 비용은 전적으로 운영주체의 부담이 된다. 노드 수입의 부재는 노드 운영에 대한 경제적 유인의 실종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노드 운영은 순전히 이타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블록체인이 커질수록 노드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은 줄어들며 결국 노드 네트워크는 중앙집중화로 접어들게 된다. 노드의 수가 줄어들수록 가동중단이 요구되는 목표물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공격자 입장에서는 네트워크 마비가 보다 용이해지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중앙집중화의 문제는 앞서 살펴본 거래비용처럼 쉽게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비트코인과 금 어느 한쪽이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하기 어렵다. 두 자산 모두 중앙집중화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영향은 두 경우 모두 부정적이다.

 


 

Evan Faggart, Is Bitcoin Better than Gold? Part One: Transaction Costs and Centralization, 6. 2. 2015.

http://bitcoinist.net/bitcoin-better-gold-par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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