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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집

비트코인 vs 금 - 인플레이션


 

흔히 금과 비트코인은 공급물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속성을 가진다고 한다. 금과 비트코인은 전부 채굴되고 나면 수요에 맞춰 추가 공급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통화수축의 속성을 가진다는 시각은 틀리지 않다. 이 경우 금과 비트코인의 고정된 물량이 보유한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본다면 금과 비트코인 모두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금통화의 경우 공급이 금융수요를 초과할 경우 산업분야로 대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공급과잉에 좌우되는 정도가 비교적 적다. 반면 비트코인은 산업상 용도가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시간을 두고 해소될 수밖에 없다.

 

금을 채굴하는 측에서는 구매자들에게 금을 판매함으로써 경제체제 내 금 공급물량을 증가시킨다. 금은 통화와 산업자원 모두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채굴자들이 금을 매각할 수 있는 판로 또한 두 가지가 된다. 나아가 수익창출 목적으로 금을 판매한다면 자연히 가능한 최대가격에 팔게 된다. 그렇다면 금 물량은 (시장가격을 통해) 가장 높은 수요가 나타나는 경제영역으로 가게 된다.

 

이 때 산업분야에 금을 판매하는 수익성이 금융분야 매각의 경우보다 높아질 경우 이는 시장의 현재 통화물량이 적정 수준에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된다. 반대로 산업분야의 금값이 하락하거나 금융분야의 금값이 상승하면 이는 현재의 구매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 통화물량이 늘어나야 한다는 신호가 된다. 결국 금은 산업분야에서 금융분야로 이동하게 되며 이는 곧 통화물량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금통화는 일종의 탈중앙화된 "금융정책"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다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요변화에 대응하여 통화물량이 변동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탄력(fluctuation)은 금통화의 구매력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결과를 방지하며 산업생산성 증가로 인해 물가는 하락하고 금통화의 구매력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와 같은 "금융정책"을 통해 금이 완전히 채굴되고 나서도 금통화의 물량이 제어될 수 있다. 시장가격을 통해

산업분야와 금융분야 사이에 고정된 금 물량은 지속적으로 순환하게 된다.

 

비트코인의 이용가능성은 오로지 교환수단이라는 기능에만 집중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재활용을 통해 자본재나 소비재로 활용될 수 없기 때문에 산업적 이용가능성은 아예 없다. 그렇다면 새롭게 생성된 비트코인은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 이외에 달리 기댈 곳이 없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오늘날 사라진 마운트곡스(Mt. Gox) 비트코인거래소를 통해 초래된 인위적 버블의 붕괴에 따른 2014년 가격하락을 거쳤다. 마운트곡스에서 발생한 인위적 수요가 제거되고 나서 비트코인의 구매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치하락은 산업상 수요가 없는 와중에 새로운 암호통화가 계속 생겨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비트코인의 제한된 물량

 

비트코인 채굴시스템을 통해 코인이 모두 채굴될 때까지 공급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다 해도 채굴자들은 코인을 계속 공급하게 된다. 금의 경우 수요하락이 발생하면 채굴자들은 산업분야에 대한 매각물량을 늘리거나 생산 자체를 줄인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경우 코인 자체는 산업적 가치가 전혀 없고 블록보상을 동적으로 변동시키려면 비트코인 프로토콜(비트코인 작동의 기반체계)의 대규모 수정이 불가피한데 이 또한 수용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금과 같이 수요변동에 대응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코인 채굴이 완료될 때까지는 수요에 관계없이 공급물량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체 물량이 다 채굴되고 나서도 산업상 수요의 부재로 인해 수요가 공급보다 낮아진다 해도 코인이 반출될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기 인플레이션을 생각한다면 비트코인이 불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블록 해싱 성공시에 획득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블록보상 반감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기능을 통해 공급물량의 증가율이 주기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단기 인플레이션이 억제될 수 있다.

 

아울러 통화물량 과잉 해소를 위해 반드시 다른 산업분야 반출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만약 현재의 현금물량을 줄이고자 할 경우 이자발생(interest-bearing) 계좌에 투입함으로써 일정기간 동안 통화물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잉여통화는 은행계좌, 채권, 신용펀드(trust fund), 주식, 상호펀드(mutual fund)를 비롯하여 통화유동량을 줄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금융수단에 투입될 수 있다. 여기에 블록보상 반감까지 더해진다면 따라서 금과 같이 산업상 용도도 갖춘 물리적 통화만큼은 아니더라도 금융분야의 지속적인 공급증가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종합한다면 탈중앙화된 금융정책을 자체적으로 내장했다는 면에서 금이 비트코인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우위가 압도적이라고 할 이유는 없다. 금이나 비트코인이나 인플레이션 문제는 단기적인 위협에 그치게 된다. 물론 금이나 비트코인이 전부 채굴된 이후에도 수요가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구조의 확대(그리고 이를 통한 산업생산성 증대)를 통해 실질임금(real wage) 수준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이는 결국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이러한 흐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Evan Faggart, Is Bitcoin Better than Gold? Part Three: Inflation, 6. 25. 2015.

http://bitcoinist.net/bitcoin-better-gold-part-three-inf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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