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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집

비트코인 vs 금 - 신용

신용은 금과 비트코인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지만 양자에서의 작용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은 채굴, 주조, 금융의 모든 측면에서 신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비트코인의 경우 신영이 강제되는 영역은 중앙화된 채굴 네트워크다. 그 외에는 개인이 보유한 코인에 대한 통제권능을 자발적으로 회사나 제3자에게 넘길 경우에만 신용이 요구될 뿐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신용을 논할 때 비트코인의 신용 없는 속성이 반드시 금에 비해 우월하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만약 비트코인 채굴이 중앙화되고 신용이 강제된다면 이는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금의 경우 각종 신용 관련 문제는 기업혁신과 정부개입을 통해 정보의 대칭성을 제고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황철석은 금을 잘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에게 금이라고 속여 판매되어 바보금이라고도 일컬어졌다.


금 통화의 사용자들은 금 물량을 생산하는 채굴자, 금을 통화로 만드는 주조자, 물량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은행을 신뢰해야 한다. 만약 채굴자, 주조자, 은행은 이러한 신용을 악용하여 고객의 비용으로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금광은 평범한 암석을 금으로 둔갑시켜 주조자에게 판매할 수 있고, 주조자는 몰래 주화의 금 비중을 낮추고 이득을 챙길 수 있으며, 은행은 고객에 알리지 않은 채 예금으로 자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결국에는 이들 기관이 사람들의 일관된 신용을 악용하여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이들 기관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주조자 측에서 주화로 만들 수 없는 가짜 금을 사들였다는 사실을 알아챈다면 해당 채굴자로부터의 구매를 중단하게 된다. 개인 주조자가 고객에 알리지 않고 주화의 금 비중을 낮춘다면 사람들은 그 주조자로부터의 구매를 중단하며 공공 주조자가 불법적으로 금 비중을 낮춘다면 정부 측에서 관리주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게 된다. 은행이 고객 몰래 예금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고객은 예금을 회수하고 그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게 된다.

 

문제를 저지른 기관이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는 이러한 상황이 끝나고 나면 회사가 고객의 신용을 침해하는 상황을 초래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이 나서게 된다. 독자적인 기업평가기관에서 건전성, 정직성, 재화 및 서비스의 품질 등을 토대로 회사를 평가하게 된다. 3자 그리고 소비자평가 서비스 및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들은 서로의 거래경험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제3자 서비스를 통해 부정한 채굴자, 주조자, 은행 등에 대해 서로 주의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가 나서 회사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도록 규율하는 제도를 시행할 수도 있다. 회사는 정해진 방식으로만 생산을 함으로써 구매자들에게 거짓을 알릴 여지가 없어지며 이를 통해 정보가 대칭화된다.

 

이렇게 정보의 대칭이 실현되고 나면 회사들이 고객의 신용을 악용할 위험은 줄어든다. 평가기관으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거나 고객들에게서 나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회사라면 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회사는 이익 상실을 방지하고자 신뢰를 창출하게 된다. 또한 정부 개입이 실행될 경우 회사는 법적 처벌의 위험 때문에 제품을 가지고 사기를 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금 통화의 경우 신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고객 신용을 악용하는 회사는 여전히 있을 수 있으나 시장에서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혁신과 규제가 작동함으로써 그러한 회사는 결국 퇴출된다.

 

하지만 금의 신용문제에 시장과 정부가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선 시장의 경우 정보전달의 지연으로 인해 고객이 회사의 부정을 인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러한 지연시간 동안 회사는 고객 신용을 침해하고도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넘어갈 수 있다. 한편 정부개입은 많은 경우 비효율적이다. 입법은 때때로 본래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는 또한 각종 이해관계가 입법에 영향을 끼치는 이른바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으로 경도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포획으로 인해 정부개입이 시장 모순을 시정하는 대신 정보 비대칭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가 많아지게 된다.

 

비트코인의 경우에도 신용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긴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비트코인 채굴이 중앙화될 때 강제신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채굴업체가 네트워크 해시처리성능(hashing power)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될 경우 해당 업체는 네트워크에서 진행되는 전체 거래의 대부분을 확정하는 책임을 떠안게 된다. 이러한 과업으로 인해 해당 중심업체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며 이 경우 사용자들은 그 업체가 이중사용(double spend)을 하지 않고 거래를 공정하게 확정하리라 믿을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이 본래 신용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개인이 자산을 완전 통제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신용 문제는 비트코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신용문제는 정보비대칭에 따른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금의 신용문제를 해결하는 시장원리를 통해 극복될 수도 없다. 채굴 중앙화로 인해 정보의 대칭이 완벽히 실현된다 해도 신용이 침해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거래를 확정하는 채굴업체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인데 어떤 사람이 비트코인을 전송할 때 해당 거래는 최초 접수한 업체가 처리할 뿐이다. 따라서 채굴업체가 신용을 침해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 업체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

 

개인이 거래를 확정하는 채굴업체를 선택할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비트코인에서의 신용문제는 흑백의 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에는 신용이 불필요한 동시에 필요하다. 그러므로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신용 없는 통화를 쓰고자 한다면 채굴 네트워크의 상당부분이 중앙화되는 시점에서 비트코인 사용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이 신용 없는 통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결심해야만 비트코인은 신용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하겠다.

 

비트코인의 신용 문제는 채굴 중앙화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길은 바로 채굴 중앙화를 없애는 방법이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방안이 제시되었다. 최근 몇 달 동안 다수의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제안한 내용에 따라 블록용량 제한을 늘리는 대신 1MB로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의 요지는 채굴수수료의 인상으로 인해 대규모 채굴업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채굴 중앙화의 진정한 원인은 채굴비용이 높아질 때 채굴업체가 누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에 있다. 따라서 채굴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가장 훌륭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채굴장비 회사가 효율성 높은 장비를 제작하여 엄청난 전력소모 없이도 채굴난이도 증가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시장에서 채굴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신용 측면에서 본다면 비트코인과 금 사이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트코인과 금 모두 어떤 식으로든 신용에 의존하며 각자 중대한 결함과 나름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의 우위 판정은 결국 개별 사용자들이 어떤 의도로 통화를 선택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대칭을 실현하는 시장원리를 통해 신용문제를 해결하는 통화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채굴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제거함으로써 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화를 선택할 것인가?

 

 

 

Evan Faggart, Is Bitcoin Better Than Gold? Part Two: Trust 6. 4. 2015.

http://bitcoinist.net/bitcoin-better-gold-part-two-t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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